도이치뱅크 벌금과 유로 환율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이제 거의 10년이 다 되어 갑니다. 세계경제에 있어서 언제나 경제위기는 발생해 왔습니다. 1998년의 아시아 외환위기가 그러했고, 러시아와 남미 등 경제와 금융에서의 위기는 늘 있어왔습니다. 특히 남미의 경우, IMF의 단골손님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위기가 되풀이되는 지역입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가 특별했던 이유는 남미나 아시아의 개발도상국이 아닌 세계 제 1의 경제대국이자 기축통화인 달러를 가지고 있는 미국에서 그 위기가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과 과정
2008년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발생 원인은 바로 불량채권의 과다판매 때문입니다. 지난 10월 미국의 법무부는 2005년부터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까지 대다수의 투자은행들이 불량 모기지 증권을 판매했으나, 이러한 과다 판매에 있어서 도이치뱅크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불량 모기지 증권의 판매로 미국 주택시장은 무너졌으며,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했다고 판단을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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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아파트나 주택을 구입할 때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처럼, 미국 역시 일부 Down Payment 라고 부르는 계약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은행에서 대출을 받습니다. 본인의 상황에 따라 최대 30년 상환에서부터 짧게는 5년 상환까지 다양하게 계약을 맺게 됩니다. 그리고 달마다 원금과 이자를 포함한 금액을 해당 금융기관에 납부하는 방식을 취하게 됩니다. 계약 기간이 길 경우, 초반에는 매달 내는 금액이 상당부분 이자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대출자에게 불리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일정수입만 있다면 쉽게 집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렇게 주택 매입자들과 대출 계약을 맺은 은행들은 해당 모기지 계약을 수수료를 받고 다른 금융기관으로 이전을 시키고, 그 기관들은 이 모기지 계약으로 모기지담보채권 (Mortgage-backed security)를 만듭니다. 즉 매달 일정금액의 이자와 원금이 지불되는 채권의 형태로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판매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큰 문제는 없습니다. 주택 매입자들은 큰 자금이 없이도 주택을 매입할 수 있고, 투자자들 역시 우량한 신용을 가지고 있는 채권에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이 되기 때문입니다.
모기지담보 증권 (Mortgage-backed Security)의 유통과정
하지만 문제는 장기적인 저금리에 있습니다. 클린턴 정부 시기에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장기적인 저금리를 실행하면서 은행 및 다른 금융기관의 수익이 하락하게 됩니다. 그러자 그들은 또 다른 수익원을 위해서 이러한 모기지 증권에 눈을 돌리게 됩니다. 신용등급이 높은 개인이 빌린 우량 모기지 증권이라면 별 문제가 없겠으나, 투자은행들은 신용이 좋지 않은 개인이 빌린 모기지 증권을 개조시켜 마치 원래의 신용등급이 좋은 것처럼 둔갑시키는 전략을 사용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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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당시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월세를 지불하는 것보다 낮은 금리를 활용해 주택을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주택가격 역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주택 가격 상승이 심한 시기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투자의 개념으로도 주택을 매입했습니다. 사면 바로 집값이 올랐기 때문에 사지 않는 사람이 바보처럼 여겨지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신용이 좋지 않은 사람도 주택을 매입하면서 그들이 내는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에 재미를 본 금융기관들은 신용이 더욱 낮은 사람들에게도 대출을 허가하면서 문제는 점점 심각해 지게 됩니다.
모기지증권이 인기를 끌자 투자은행들은 소위 신용등급이 낮은 모기지증권을 따로 분류하여 전혀 다른 금융상품으로 개조를 시키게 됩니다. 만기나 이자율이 같은 모기지채권을 모아 분류하는 형태인 CMO (Collateralized Mortgage Obligations)의 형태로 만드는데, 신용이 낮은 증권을 따로 모아서 그 안에서 채권의 등급을 나누어 마치 원래 신용이 낮은 채권을 신용이 좋은 채권인 것처럼 보이게 하여 판매하게 됩니다. 이러한 조합이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클린턴 정부 당시 규제가 완화되었었다고 전문가의 분석도 있었던 것을 볼 때,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은 금융당국의 규제 소홀과 금융회사들의 탐욕으로 빚어진 결과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미국 법무부의 도이치뱅크 벌금 부과 과정
당시 이러한 막대한 불량채권의 판매로 비단 미국의 주택과 금융시장 뿐 아니라 전 세계 위기를 가져왔던 여파를 생각할 때, 미국 법무부에서 Deutsche Bank에 부과한 초기 범칙금 $14 billion이 결코 크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이 금액이 문제가 된 것은 $14 billion이 사실 Deutsche Bank의 시가총액에 맞먹는 금액이라는 것입니다. 즉 회사 전체를 팔아도 갚기 어려운 금액이라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물론 다량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과 매각이 가능한 여러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파산에는 이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하게 했지만 여전히 높은 금액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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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이러한 미국 법무부의 통보 이후, Deutsche Bank와 법무부 간의 조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고, 지난 12월 23일 드디어 그 조율을 끝낸 것으로 보입니다. Deutsche Bank는 미국 정부에 총 $7.2 billion의 범칙금을 지불하기로 협상을 맺었습니다. 벌금은 $3.1 billion이고, 너머지 $4.1 billion은 미국의 소비자 구제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하는 형태로 납부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되었습니다. 일종의 피해자 구제 프로젝트에 Deutsche Bank가 지원금을 내놓는 형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타 투자은행에 대한 미국 법무부의 조치
이렇게 미국 모기지담보 증권을 판매하여 미국 법무부의 조사를 받은 기업은 비단 Deutsche Bank 만은 아닙니다. 스위스 은행인 크레딧 스위스 (Credit Suisse) 역시 미국 법무부에 조사를 받았고, 총 $5.3 billion의 범칙금을 납부하는 것으로 최종 협의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5 billion은 불량채권 판매로 인한 범칙금의 형태로, 그리고 $2.8 billion은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을 위한 지원금으로 납부하는 것으로 정해졌습니다.
이렇게 유럽계 은행 뿐 아니라 미국 국내의 투자은행 역시 범칙금 폭탄을 맞았습니다. 모기지담보 증권을 과다하게 판매했던 JP Morgan Chase (JPM), 시티그룹 (Citigroup), 골드만삭스 (Goldman sachs: GS), 모건 스탠리 (Morgan Stanley: MS) 역시 미국 법무부와 비슷한 현상과정을 거쳐서 2008년 금융위기 전 몇 년간 모기지증권 불법 판매에 대한 책임을 물어 총 $45 billion의 벌금을 부과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도이치뱅크 주가 변화
유독 Deutsche Bank 문제가 수면 위에 떠오른 것은 범칙금 금액이 가장 높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러한 천문학적인 범칙금이 부과된 지난 9월 말 Deutsche Bank 주가는 사상 최저로 하락했습니다. 아래 그래프와 같이 9월말 하락했던 주가는 이후 미국 법무부와의 협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서서히 상승했고, 협상이 확정되었던 23일 회복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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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 Deutsche Bank의 주가를 살펴볼 때 현재의 상황이 전망이 밝다고 말하긴 어려울 듯 합니다. 위의 그래프에서 보시는 것처럼 2007년 3월 말 사상 최고가인 $146.52를 기록했던 이후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아 90% 이상 하락합니다. 이후 미국의 투자은행들이 다시 주가가 금융위기 이전보다 더 크게 상승한 것에 비해 Deutsche Bank의 경우 여전히 2007년 수준의 1/10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로 분석해 볼 때, 지난 몇 년간의 유럽의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과 더불어 유럽 금융기관의 심각성을 알 수 있습니다.
유로 환율 전망
Deutsche Bank는 유럽 지역 최대 은행입니다. 이렇게 큰 규모의 은행이 시가총액에 맞먹는 범칙금을 미국 법무부에서 받게 되자 지난 9월 말 유로 환율은 급락하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Deutsch Bank가 유럽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 원화 대비 Euro 변화: 범칙금 감소로 상승하는 가치 >
Investing.com
유로 환율은 미국이 12월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2017년에도 3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 하락해 왔습니다. 미국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유럽중앙은행이 양적완화 정책을 계속해서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미국 달러 대비 유로 환율이 상승하면서 주요 7개 무역국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하락했습니다. 달러인덱스 중 Euro가 차지하는 비중이 60%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달러인덱스 하락으로 인해 다른 통화에도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이러한 Euro의 상승이 길게 이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미국이 긴축재정을 펴고 있는 가운데, 2017년 3월 이후 매달 60 billion euro의 채권매입을 지속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한 만큼 euro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도이치뱅크의 범칙금 인하로 잠시 상승한 효과는 그리 오래 갈 것으로 생각되지 않습니다.